청소녀 성착취의 위험성은 이미 임계치를 넘었다.

청소녀에 대한 성착취문제가 임계치에 이르렀다고 절박하게 느껴지는 것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우리들만의 생각인가. 이제 우리사회의 청소녀 성착취는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속의 빈번한 위험으로 자리 잡아 있다. 갈수록 더 자주, 더 심각한 상황들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우리사회의 반응은 조용하기만 한 반면, 청소녀들을 만나는 현장활동가의 고민은 커져가고 있다.

가출한 청소년들이 잠자리를 구하거나 구직구인광고를 하는 사이트, 각종 채팅과 game사이트 등 인터넷, SNS, 휴대폰 어플 들에서 청소녀들을 성착취를 목적으로 유인하려는 미끼는 사방에 드리워져 있다. 성착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우리사회에서 가해자들의 행위는 매우 지능적이고 교묘하기까지 해서 청소년 개인의 일탈이나 비행정도로 이해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법과 제도 또한 그러한 인식수준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제 우리는 친절한 어른의 가면을 쓴 성착취범죄자들에 대해서 더 적극적이고 치밀한 대응을 시급히 고민해야 한다.

성적착취는 지위의 취약성이나 힘, 신뢰의 차이를 가지고 성적목적을 위해 사회적, 정치적으로 타인을 성적으로 착취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것으로 정의된다. 특히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는 극단적인 형태의 폭력으로 유해성이 매우 크고 지속적일 수 밖 에 없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18세 미만의 성매매청소년을 성착취피해자로 보고 보호처분이나 형사처분을 전혀 하지 않으며, 캐나다는 정책적으로 성매매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아동성착취라는 용어를 법률용어로 사용함으로써 범죄피해자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최근 용인의 고등학생이 성매매알선피해를 입고 에이즈에 걸린 사실이 보도되었다. 중학생때부터 또래남학생들이 알선을 했고, 그 과정에서 성폭행이 있었다고 한다. 학교는 이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쉬쉬했고 피해자는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으며, 부모의 뒤늦은 고소이후 경찰은 스마트폰어플을 사용한 성구매자정보가 이미 남아있지 않아 검거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에이즈에까지 감염된 상황이 있어서 보도가 된 것일 뿐 또래간의 성매매알선, 성폭력 등의 범죄, 보호조치 없이 학교밖청소년이 되어 더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는 것은 청소녀를 만나는 현장에서는 매우 흔한 일들이다. 피해청소녀들은 소위 ‘아가씨’라는 낙인과 보호처분이라는 미명의 처벌위험성 때문에 학교나 가정, 경찰에 호소할 수 없고 이로써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착취가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14세 소녀에게 ‘러버보이’로 가장하여 지속적으로 착취한 알선자는 성구매자에 의해 소녀가 죽고 난 이후에도 법정에서 버젓이 “소녀가 스스로 성매매하였고 단지 도움을 주었을 뿐 알선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2015년 관악구 모텔에서 사망한 청소녀사건)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소녀가 죽지 않고 이 상황을 빠져나오려 했다면 현 상황에서 누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었을까’하는 물음에 쉽게 답할 수 없는 현실이 참으로 참담하다.

또다른 사례로 만13세 지적장애 소녀가 채팅방에 ‘잠잘 곳이 필요하다’고 글을 올리자 소녀의 취약함을 이용하여 성폭행한 6명의 남성들을 ‘떡볶이나 치킨을 사주었다는 이유로 자발성과 대가성이 인정된다’며 성매매로 기소하고 나머지는 무혐의 처리하였다. 도무지 어처구니 없는 경·검의 수사방식과 인식, 법적미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여성가족부와 경찰, 법무부는 더 이상 미루지 않아야 한다.

우선적으로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에 성착취피해자를 대상청소년으로 규정한 조항이 삭제되어야 한다. 이 조항은 경찰이 성매매된 청소녀를 함정수사하여 처벌대상으로입건하며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채 다시 거리로 내모는 현재의 방식과 태도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조항이기 떄문이다. 이 문제적 조항을 반드시 삭제하고 알선구매자를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수사관행과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성착취피해청소녀를 발굴하고 생계지원과 일 경험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센터설치를 포함한 지원시스템내용을 담는 법개정이 필요하며 이는 법개정이 미뤄지는 지금당장에라도 시급하게 대안이 실행되어야 한다.

네덜란드의 인권단체인 인간의대지는 ‘스위티’라는 이름의 10대 필리핀 아바타소녀의 가상캐릭터를 디지털로 만들어 인터넷상에서 성적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남성들을 적발하여 인터폴에 넘겼다(2013년). 단지 10주 동안 실행되었지만 채팅방에서 돈을 주겠다며 성적행위를 요구한 1,000명의 성범죄자를 검거하는 큰 성과를 냈다.  남성경찰이 구매자로 위장하여 청소녀에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함정수사하면서, 성매매되어지는 청소녀에게 여전히 개인의 책임을 물으면서 보호와 지원을 외면하는 우리사회의 모습과 씁쓸하게 겹쳐지지 않는가.

<강물>